흔히 채식이라고 하면 '채식주의자'라는 '사람'이 먼저 떠오른다. 편나누기 DNA가 탑재되어 있는지 나도 모르게 다른 성향을 드러내는 '사람'과 다른점을 찾아 깍아내리곤 한다. 채식을 해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채식주의자에 대해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내가 한번 채식을 해보기로 했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흔히 검색할 수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대한민국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식재료로
식단을 구성하였고 오늘까지 109일 째 진행 중이다.
*채식주의자의 종류
1. 비건(Vegan) :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지 않는 채식주의자, 식생활 뿐만 아니라 가죽, 울 등 의류를 입지 않음.
2. 락토(Lacto) : 식물성 식품과 더불어 우유 및 유제품 섭취
3. 락토 오보(Lacto-ovo) : 식물성 식품과 함께 우유 및 유제품, 난류 섭취
4. 페스코(Pesco) : 식물성 식품, 우유 및 유제품, 난류, 생선류를 섭취
5. 폴로(Pollo) : 식물성 식품, 우유 및 유제품, 난류, 생선류, 가금류 섭취
비건 식단부터 폴로까지 3개월 동안, 아침밥은 집에서, 점심과 저녁은 도시락으로 일터에서 먹었다.
퇴근 후 도시락 설거지, 야채 손질, 밥짓기, 나물삶기, 반찬 만들기를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성실히 수행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이유는 가족 구성원이 다른 음식을 먹는 이유도 있고 나의 열정이 다른 사람으로 인해 영향을 받거나 피해를 주는 것이 싫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강요하면 다툼이 일어나기 때문에 일찌감치 포기하고 잠을 줄여가며 새벽과 밤에 식단을 준비하였다.
*식재료
1. 잡곡류(1일 3회) : 현미, 쌀, 검은쌀
2. 콩류(1일 3회) : 렌틸콩, 검은콩, 강남콩
3. 베리류(1일 1회) : 냉동 블루베리, 체리
4. 과일류(1일 3회) : 사과, 자두, 무화과, 수박, 참외
5. 채소(1일 3회) : 새싹채소, 양배추, 배추
6. 쌈채소(1일 3회) : 상추, 로메인, 양상추
7. 기타 채소(1일 3회) : 버섯, 브로콜리, 가지, 양파, 당근, 호박, 콩나물, 취나물, 방풍나물
8. 오일류(1일 1회) : 올리브오일, 참기름, 들기름
9. 견과류(1일 1회) : 호두, 마카다미아, 아몬드
10. 허브류(1일 1회) : 파슬리, 바질, 후추
11. 비타민(1일 1회) : B12
12. 가금류(1일 3회) : 닭가슴살, 닭안심
13. 난류(1일 3회) : 계란, 메추리알
14. 생선류(1일 3회) : 연어, 고등어
비건 1개월 결과 : 체중 20kg 이상 감량 성공!
잡곡밥에 올리브유를 뿌리고(당수치 피크를 줄이기 위한 방법), 국그릇에 채소(드레싱X)와 과일, 나물반찬(콩나물, 취나물, 방풍나물), 볶음 반찬(양배추, 당근, 가지, 양파, 호박, 버섯)을 먹었고 소금은 프랑스 천일염을 0.5g 계량하여 먹었다. 한달만에 20kg을 감량 할 수 있었다.(100kg에서 79kg)
운동은 가벼운 산책 이외에는 하지 않았다. 경계선 혈압과 혈당이 정상으로 회복 되었다.
허벅지와 가슴근육은 바람이 빠진 풍선 처럼 흘러내렸고 뱃살은 다빠져 누우면 갈비뼈가 하나 하나 만져질
정도였다. 집에서 수시로 윗통을 까고 있는 것으로 보아, 괜찮은 몸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몸이 가벼워져서 계단을 오를 때 힘들지 않았으나, 왠지 기운이 없고 피부가 건조해지고 손이 저리는 등 현상이 있어 영양제 B12를 추가하였다.
컨디션이 떨어지는 것이 저염식 때문이 아닐까 의심되어 염도계로 소변을 측정해본 결과 소변염도 0.4~0.6으로 암환자의 염도 수준으로 낮게 측정되었다.(적정 소변염도는 1.2~1.3 / 체내 적정염도 0.9)
의사 선생님께 문의한 결과, 저염식 중단, 단백질 섭취, 체중증가 권유 지시를 받고 식단을 추가하면서
자연스럽게 단계별로 페스코, 폴로 식단으로 전환하였다.
비건 1개월 후 폴로 식단으로 전환
처음에 냉동 연어와 냉동 고등어를 사놓고 먹다가 떨어지면 냉동 닭가슴살을 먹는 식으로 번갈아 가며 먹었고 우유는 먹지 않았다. 식재료의 가지수를 최대한 많이 포함하려고 노력했고 예쁜 그릇에 담았더니 소박하지만 색깔 만큼은 화려했다. 부자들이 음식이 이럴 것이다 상상하며 부자가 된 기분을 만끽하였다.
이렇게 먹으면 금적적으로 돈이 많이 든다고 생각하는데, 전에 먹던 인스턴트, 외식, 술, 안주 등의 비용에
비하면 훨씬 경제적이었다. 그래서 평소에 먹지 못했던 각종 비싼 채소와 과일을 마음껏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다.
군것질이 하고 싶으면 견과류에 소금을 뿌려 먹었고 소금은 평소 먹는 것처럼 간을 해서 먹었다. 국과 찌게류는 먹지 않았다. 볶음 채소는 매일 먹었기 때문에 기호성을 높이기 위해 바질, 파슬리, 마늘가루, 후추, 올리브유를 추가하였더니 국적불명의 음식이 탄생하게 되었다. 결론은 5kg 증량했고 현재도 혈당과 혈압은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100일이 지난 지금은 적색육도 최고급 부위로 가끔 먹는데 '오마카세'라고 주장하며 즐기곤 한다.
처음부터 좋은 식습관을 가졌더라면 좋으련만...
아무 생각없이 먹다보니, 건강은 안 좋아졌고 살이 찌고 모든 수치는 경계선을 향해 빠르게 도달했다. 의지를 갖고 식단을 100일 이상 진행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지만 처음부터 음식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나쁜 것을 하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뱃살이 없어지고 정상적인 건강 상태를 유지하게 된 이유가 채식 때문인지, 설탕, 과당, 인스턴트 음식, 술, 면, 빵, 과자를 안먹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 그러나
먹는 것을 바꾸고 나서
몸이 바뀌었고 생각이 바뀌었고 생활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고 있다고 확신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엄격한 채식을 할 경우, 특정 영양소가 결필 될 확률이 높다고 한다. 그러므로 우유 및 유제품을 섭취하거나 생선류와 가금류를 섭취하는 준 채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